[여의도풍향계] 정치적 동반자? 극단 지지자? 팬덤 정치의 명암<br /><br />[앵커]<br /><br />막바지에 이른 국민의힘 전당대회.<br /><br />과열된 분위기에 극렬 지지자들의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졌습니다.<br /><br />민주당도 강성 팬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요.<br /><br />오늘 여의도풍향계에선 정치권의 새로운 문법처럼 등장한 '팬덤 정치'의 명암을 짚어봅니다.<br /><br />방현덕 기자입니다.<br /><br />[기자]<br /><br />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의 합동연설회 도중 벌어진 일입니다.<br /><br />비전과 정책 경쟁이 돼야 할 전당대회가, 후보 사이 갈등을 넘어 지지자 간의 욕설과 육탄전, 한 마디로 난장판이 됐습니다.<br /><br />어쩌면 예견됐던 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.<br /><br />연단 위 목소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 후보만 응원하거나,<br /><br /> ("한동훈!" "한동훈!") "좀 조용히 해주십시오. 다들 한동훈 자발적인 지지자들입니까, 동원하신 겁니까?"<br /><br />경쟁자에겐 야유를 쏟아내는 일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 "늘 고백하지만 저는 부산이 참 좋습니다" ("배신자!" "배신자!")<br /><br />특정 정치인에 대한 강력한 지지층, 이른바 '팬덤'은 이제 정치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습니다.<br /><br />정치인은 팬덤을 통해 지지를 얻고, 팬들은 정치인 통해 변화를 이뤄내며 효능감을 얻지요.<br /><br />정치 참여를 더 활성화하는 장점, 분명히 있습니다.<br /><br />국내 정치 팬덤의 시초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, '노사모'가 꼽힙니다.<br /><br />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을 강타한 '노풍'의 주역이자, 결국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통령 당선을 이뤄낸 동력이 됐죠.<br /><br />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'박사모', 문재인 전 대통령의 '문파'가 탄생했고, 지금은 각각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·이재명 두 당 대표 후보의 세력화된 팬덤이 두드러진다는 평가입니다.<br /><br />팬덤의 어두운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.<br /><br />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편에게 강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게 대표적입니다.<br /><br />'좌표 찍기'나 '문자 폭탄'의 행태, 지금도 벌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원조 팬덤, 노사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지했습니다.<br /><br />노 전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파병에 반대 성명을 냈던 게 대표적입니다.<br /><br />하지만 근래로 올수록, 무조건적인 지지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.<br /><br />또 맹목적 지지의 이면인 상대방을 향한 반감이, 투표나 비판을 넘어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지난해 이재명 전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때 벌어진 이탈표 색출 시도는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.<br /><br /> "진영의 큰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다는 사람을 역적이나, 배반자로, 소위 요새 팬덤들이 이야기하는 수박으로…이것은 대의 민주주의의 큰 위기다…"<br /><br />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벌어지고 있는, '분당대회'란 말까지 낳은 극단적 갈등 양상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 "이재명 대표 개딸, 이런 팬덤 정치에 대해서 엄청난 비판과 비난을 우리가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 진영에서도 저런 모습이 나오고 있다…"<br /><br />이런 강성 팬덤의 공격성은, SNS와 만나 증폭될 수 있습니다.<br /><br />일부 유튜브 채널은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그대로 전하며, 이른바 혐오의 정치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.<br /><br />보고 싶은 것만 보고, 믿고 싶은 것만 믿는 '확증편향' 현상. 정치권도 예외가 아닙니다.<br /><br />자정 기능을 갖추지 못한 일부 유튜버들의 무책임한 주장이 음모론으로 번지고,<br /><br />가뜩이나 극단으로 가는 정치판에 분노와 증오를 주입한 경우, 적지 않습니다.<br /><br />여기 편승하는 정치인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.<br /><br /> "신경전이라든지 전략이라든지 함정을 판다든지…지금은 유튜버, 댓글 이런 걸 통해 가지고 싸우는 식이니까…"<br /><br />하지만 잠깐의 정치적 이익이 달콤해도, 결과적으론 이들에게 의존하다 휘둘리게 되는,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.<br /><br />전문가들은 팬덤 정치의 폐해를 해소하려면 결국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단임제 같은, 승자독식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합니다.<br /><br />다만, 이런 근본적인 개혁이 당장 이뤄지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.<br /><br />정치인 입장에선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강성 팬덤이 어쩌면 고맙고, 또 의존하고 싶을 수 있겠죠.<br /><br />하지만 이들에 의해 정책과 노선이 좌지우지되면, 민심, 즉 일반 유권자와의 거리는 반대로 멀어질 겁니다.<br /><br />강성 팬덤이 오히려 정치적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역설, 이걸 깨닫는 게 우선일 거 같습니다.<br /><br />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.<br /><br />PD 임혜정<br /><br />AD 최한민<br /><br />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: 카톡/라인 jebo23<br /><br />(끝)<br /><br />